40여년만에 첫 망원경을 대면한 느낌. 꽤 두서없이 디테일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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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m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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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6 11:04
조회
963
"아이를 핑계로 하는 아빠의 장난감 혹은 아이덕분에 아빠의 꿈을 이루었다"
첫번째 관측 소감을 한마디로 정의해보았습니다.

별자리 관찰의 어려움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합니다. ( 저의 경우입니다. 각자 나름의 히스토리와 문턱은 다양하겠지요. )
  • 첫번째는 장비. 어렵고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무엇보다 비싸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 취미를 계속할지 말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위해서 처음에는 진입장벽이 낮으면서 다양한 관측이 가능한 적절한 수준의 장비가 필요합니다.
  • 두번째는 무엇을 관측 할 것인가?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밤하늘의 별자리를 이해하고 목표를 정하고 천체망원경을 들이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시간에 따라 회전하는 천구에서의 별자리를 숙지하고 아는 것은 전통적인 성도와 인쇄물기반으로 찾거나 기억에 의존하는 찾기는 좌절하게 만들수 밖에 없죠. 스마트폰앱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그것도 전문가 용보다는 VR기반의 별자리 찾기 앱이 큰 도움이 됩니다. 밤하늘에 대면 그냥 실시간으로 주요행성과 별자리를 알려주는 앱이죠. (대표적으로 Skyview)
  • 세번째는 나홀로 관측은 금방 한계를 드러냅니다. 결국 나와 같은 시도를 하는 비슷한 레벨의 사람들이 필요한것이죠. 이 역활을 기존 유명한 천문 동호회나 모임에서는 초심자들이 입문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별자리 관측같은 종류의 약간의 매니악한 취미활동은 처음 시작이 무척 어렵습니다. 자기가 스스로 여기내고 동호회에서 버텨내지 못하면 지속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 과학과사람들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3대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었고 기획단계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가족캠핑을 즐겨합니다. 겨울과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매달 1-2번 정도 캠핑장비를 바리바리 차에 싣고 떠나지요. 캠핑장은 정말 별보기에는 최적의 하늘을 보여줍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금요일 밤에만 가능하죠. (직장인에게 평일 캠핑은 의미가 없으므로..)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캠핑장은 토요일 밤이 피크입니다. 금요일 밤은 상대적으로 매우 한산하기 때문에 캠핑장의 강렬한 불빛의 광해에서 어느정도 자유롭게 넓은 비어있는 캠핑장 사이트에서 별관측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전 이번 캠핑장의 첫번째 금요일 밤의 기회를 날렸습니다. 주중에 시간이 없어서 조준경 정렬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

또한 나처럼 캠핑장에서 별을 관찰하실 분은 망원경 수령시 기본 박스를 절대 버리지 마세요. 아직 80mm돕소니언 망원경을 보관할 가방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차량으로 나를 때에는 기본 박스가 가장 좋습니다. 이왕이면 하단과 상단, 그리고 중단에 찌그러지더라도 찢어지지 않게 박스테잎으로 보강을 하면 더욱 좋겠지요.

캠핑장에서의 별자리 관측의 장점중의 하나는 캠핑에 사용하는 높이 30-40cm정도의 테이블를 망원경의 받침대로 사용할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은 로우체어에서 조금더 편안하게 관측할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집니다. 캠핑장비중에서 로우테이블과 로우체어의 조합은 일반 관측환경에서도 유용할것 같습니다. 꽤 편안하게 오랜시간 관측할수 있는 자세가 나오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로우테이블 환경의 치명적인 단점은 자기 머리위의 천구 상단의 별자리를 관측하기에는 부적절 합니다. 일단 조준경으로 마킹하기가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관측에 앞서서 대낮에 조준경 정렬하는것과 망원경 조작법을 익히는 것은 나와 같이 40여년만에 처음 망원경을 접하는 우리 회원들에게는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밤의 별을 보는것과는 또다른 맛이 있죠. (사람들의 이목도 그러하거니와 정말 쨍한 몇백배 확대된 접안렌즈의 풍경은 정말 환상적입니다. 절대 도심에서 무심결에 아파트나 다른 집을 보는 행위는 정말 위험해보입니다. 정말 삼가해야할 철칙)

낮에 망원경 조작법에 익숙해지면 이제 밤이 되어 태양계의 주요행성인 목성-토성-화성의 3종 세트 그리고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와 아크투루스를 첫번째 타켓으로 삼아야 겠죠. 사실 시리우스와 아크투루스는 그냥 밤하늘을 봐도 태양계 행성을 제외하고는 가장 밝습니다. 쉽게 눈에 띄니까요. 이때 나와 같이 처음 밤화늘에 망원경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필요한 앱이 바로 skyview 입니다. VR기반으로 그냥 밤하늘을 핸드폰으로 바라보면 매칭을 해서 그대로 화면에 띄워줍니다. 물론 디테일한 좀더 어두운 별까지 심우주의 별들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이건 VR로 밤하늘을 보면서는 의미가 없죠.) 태양계 행성과 시리우스, 아크투루스와 같은 별은 그냥 바로 직관적으로 찾을수 있습니다.
그리고 낮에 조작했던 경험을 되살려 조준경으로 마크합니다.

자 여기서 나와 같은 안경잡이의 비극이 시작됩니다. 한가지 희소식은 실제 접안렌즈로 별을 관찰할때는 안경은 필요 없어요. 그냥 맨눈으로도 잘보입니다. 하지만 조준경은 광학조준경이기 때문에 안경을 벗으면 아무것도 안보여요. 안그래도 희미한 별에 빨간색 조준경 레이저를 마크해야하는데.. 안경은 필수죠. 즉 조준경 시야와 안경 그리고 자신의 눈이 일치되는 지점을 잘 찾아야 합니다. 머 조금만 연습하면. (이때가 가장 고통스럽죠. 부자연스러운 꾸부정한 자세..) 이제 앱으로 별자리 찾고 조준경 시야에서 레이저 마킹하고 20mm접안렌즈부터 시작합니다. 6mm는 나중을 위해 넣어두고 사용하지 마세요 했는데.. 저는 반대입니다. 20mm로 광각의 별을 관찰했으면 바로 6mm로 바꿔서 관측하는게 도리죠. ㅎㅎ.

6mm관측은 조금 숙달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조준경 연습과 마찬가지로 희미한 반사경이미지를 접안렌즈의 정중앙에 놓게 되면 성공입니다.) 하지만 꼭 연습해봐야할 가치가 있어요. 특히 처음 관측하는 주요 태양계 행성과 시리우와 아크투르스 별은 6mm로도 충분히 연습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해서 3종 태양계 행성 세트와 시리우스, 아크투르스 까지 성공적으로 관측하면 이제 의사결정을 할수 있는 견적이 나옵니다.
정말 재밌구나. 이 취미 계속할수 있겠어. 이러한 분들은 이제 이곳 게시판의 전문가들을 졸라서 가성비 보다는 비싸더라도 좀더 광각에 좋은 품질의 접안렌즈, 아이피스가 있는 접안렌즈를 내어놓으라고 떼를 써야 합니다. (내어놓는게 아니라 추천해달라는..ㅎㅎ) 그리고 돈을 모아야죠. (예를들어 GoodKook님에게 이런식으로 질문하는 겁니다. 저는  고무링이 있는 요런 접안렌즈가 좋아 보이는데 어떤가요? https://amzn.to/2Lbyjnz )

아 이렇게 first light를 한 이후에 아 이건 내가 할 취미가 아니다라는 판단을 할수도 있습니다.  같이 온 아이도 아내도 이게 먼가요? 이거보려고 이렇게 고생을 하나요? 이렇다면. 아쉽게도 별자리관찰은 나의 온전한 취미가 되기는 어렵겠죠. 하지만 이런경우라도 꼭 단체 관측의 경험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역시나 혼자 시작하더라도 함께 하는 이들과 관측을 한다면 무엇다 다른 세계를 찾을 수도 있겠죠.

마지막으로 아이와 함께 하는 관측에서 느낀점입니다. 첫서두에도 밝혔듯이 나의 딸아이처럼 초등학교 아이에게 별자리 관측이란 꽤 지루한 과정의 연속입니다. 그나머 저는 목표한 별의 목록을 미리 준비하고 별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준비했습니다. (역시 GoodKook님의 조언대로) 그리고 스마트폰의 VR기반의 별찾기 앱을 아이손에 쥐어주고 밤하늘에서 찾으면 아빠가 마킹하고 보여주면서 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식으로 했는데 꽤 집중을 하더군요. 하지만 아이들의 집중력은 생각보다 짧아요. 그리고 불편한 자세와 지루함. 휴대용 돕소니언의 한계라 할수 있는데 쉽게 접안렌즈에서 사라집니다. 망원경의 조준축이 흐트러지지 않게 접안렌즈에 눈을 갖다 되는것 자체도 연습이 필요하고. 꽤 힘이 들어가는 불편한 자세니까요. 장시간의 관측은 아이들을 힘들게 하더군요.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겠지만..)  아이와 함께 관측은 어른들이 조금더 스토리텔링쪽에 준비를 하고 별자리 관찰과 함께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좀더 많이 갖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773"] 이렇게 캠핑이나 차로 망원경을이동할때는 기본 박스셋이 유용합니다.[/caption]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773"] 나의 first light. 처음에 눈앞에 있는 소나무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까마득하게 보이지도 앞은 앞산 정상의 소나무 디테일입니다.[/caption]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773"] 텅비어있는 캠핑장 사이트(토요일 오전)에서 조준경 정렬을 시작합니다. 앞에 보이지도 않는 산자락의 바위를 타켓팅으로 작업했습니다.[/caption]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773"] 딸아이는 스마트폰의 VR기반 앱으로 별자리를 찾습니다. 친구는 조준경으로 마킹할 준비. 아빠는 계속 아이파워 기반의 별자리  GOTO기능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배경의 어마어마한 광량의 캠핑용 등이 보이죠? 좀더 관측을 하고 싶었지만 이러한 강렬한 불빛에 아예 접안렌즈의 눈동자에까지 어른거리면서 관측을 방해합니다.  토요일 밤은 캠핑장에서의 관측은 비추.[/caption]
전체 9

  • 2018-07-17 10:23

    별보기에 재미 붙이셨길 바랍니다. 몇가지 잔소리를 드리자면,

    - 내용중 20mm와 6mm 접안경을 혼동하셨네요. 20mm 가 배율도 낮고 광각이니 먼저 대상을 찾고 6mm 로 고배율로 봅니다.

    - 접안경을 갈아끼우면 촛접이 틀어지고 다시 조준하고 그게 쉽지 않죠. 차라리 줌 아이피스를 사용해 보시죠. 가격이 60~70달러 쯤 하는 것도 있는데 썩 쓸만 합니다.

    - 컴퓨터나 휴대폰 대신 성도나 별자리표를 사용하시면 훨씬더 재미있을 겁니다. 별보기는 인간의 오래된 취미이니 만큼 아날로그 스럽게 인쇄된 지도를 보시죠. 맨날 일하며 접하는 디지털을 취미생활에서 보기는 싫어요.

    - 7월은 행성의 계절이죠. 별자리도 십여개 정도 볼 수 있습니다. 눈에 확띄는 것들로 처저녁에서 한밤중사이에 볼수 있는 별자리들,

    북쪽에서 천정으로, 북극성-북두칠성-목동(아이스크림콘)-허큘리스
    천정에서 동쪽으로, 거문고-백조-독수리-(여름 대삼각형)
    천정에서 북쪽으로, 세페우스-카시오페아(23시 이후)
    남쪽으로, 찻잔(새지타리우스), 그리고 전갈!

    - 소형 쌍안경으로도 볼수 있는 심우주 대상으로, 구상성단의 대표 허큘리스 대성단(M13) 그리고 전갈의 꼬리에서 약간 동쪽으로 산개성단의 전형 톨레미성단(M17)을 찾을 수 있습니다.

    - 규모가 큰 동호회에 가면 상당히 주눅들게 하죠. 워낙 전문가들이 많고 장비들도 어마어마해서 감히 한마디 하기 엄두가 안납니다. 아마 모든 종류의 취미 동호회가 그럴 겁니다. 무슨 질문을 하면 검색먼저 하라하고... 터무니 없는 질문자도 문제지만 초보자 내려다보는 분위기도 편치는 않죠.

    - 주변에 불을 너무 밝게 밝히고 그늘 만든다고 나무가 우거져서 캠핑장은 정말 별보기에 좋지 않죠. 시골에 가도 집집마다 데크에 백색 고휘도 등을 켜놔서 광해가 심합니다


    • 2018-07-17 10:39

      그리고 지루해 하지 않게 하는법으로,

      별자이 10개정도 알려주고 성단도 보여주고 이런저런 별이야기 전설 이야기도 해주고 별자리판과 천구 운행 얘기 해주고 목성의 위성 보여주고 그림을 그려 보라고 하는 겁니다. 오늘 본 별자리, 목성의 행성들 위치, 산개성단과 구상성단 등 잘 그릴 필요 없이 밝기 대로 굵은점 가는점 찍는 거죠. 그러면 두세 시간 훌쩍 갑니다. 그리고 나중에 그려놓은 것을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비교해 보라고 하면 별보기에 흠뻑 빠질 겁니다. 여러 공부도 되구요.

      천체 관측의 삼단계 입니다.

      - 사전 준비: 관측목록작성
      - 관측 기록: 스케치
      - 사후 분석: 스케치와 인터넷 자료 비교 후기작성

      [참고] https://goodkook.blogspot.com/search?q=%EC%8A%A4%EC%BC%80%EC%B9%98


      • 2018-07-17 13:27

        궁금한게 제가 북마크한 부뢰슬 아이피스처럼 고무로 아이피스전면에 붙어있는게 편하지 않을까요? 저도 그렇고 딸아이도 그렇고 불편한게 접안렌즈에 오랜동안 보고 있으려니 자꾸 눈썹이 렌즈에 닿아서 불편하더라구요. 그리고 접안렌즈에 딱 집중할수 있는 잘 보이는 그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기도 쉽지않고.. (무엇보다 몸이 고달퍼.. ㅎㅎ)


        • 2018-07-17 13:47

          아이-컵 말씀하시는 거군요. 아이-컵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무척 큰데 접안경에 아이컵 달려있지 않은 경우를 못봤습니다. 카메라 파이던 용으로 아이컵을 따로 파는것은 봤지만 망원경 접안경용은 본적이 없군요. 페트병 주둥이를 잘라서 가공하거나 두꺼운 종이로 원통을 만들어 붙여 보시죠.

          [참고]
          https://goodkook.blogspot.com/2013/11/eye-cup-for-cheat-eyepiece.html
          https://www.google.co.kr/search?q=eye+cup+diy
          https://youtu.be/B984qJMzC-s


          • 2018-07-17 16:46

            olleh . 머랄까 GoodKook님의 블로그는 자원의 보고.. 오늘도 미네랄 캐러 블로그 탐험중.(감사합니다. 꾸벅)


            • 2018-07-17 22:38

              별 말씀을... ^^


    • 2018-07-17 13:22

      6mm와 20mm는 관측할때도 헷갈리게 만들었는데. 전 분명히 6mm 고배율이야 하고 썼다고 생각했는데.. 손가락이 삐꾸였나봅니다. ㅎㅎ. 사실 접안경 바꾸는건 어렵지 않았어요. (으쓱.) 바꾸고 상하좌우가 바끼었으니 반대로 경통을 맞추면 되니까 그건 괜찮은데 문제는 관측하면서 자꾸 틀어져서 계속 중앙에 맞추어야하는게 좀 귀찮긴 하더군요. 줌 아이피스라.. 으흠. 일단 목록에 리스트업.
      스케치와 관측목록을 잘 만들어봐야 겠습니다. 머랄까 미리 타케팅하고.. 잘 준비해서 관측하러 나가지 않으면.. 몸도 힘들고 지루하기 쉬울거 같아요.


      • 2018-07-17 22:40

        저도 틀리고 혼동하고 그럽니다. 나이도 있어서 체력이 달리기도 하죠.....ㅜㅜ 재미로 공부하는 것이니 내멋대로 이해 했다가 틀리면 고치고 뭐 그럽니다. ㅎㅎㅎ


  • 2018-07-16 23:34

    허걱 텔레뷰 플뢰슬이면 겉보기 시야가 50도긴 해도 그 급에선 고급 아이피스에 들어갑니다 :)